실제 사례로 보는 경매 분쟁
경매에서 배당을 받을 때, 누군가 가짜(허위) 근저당권을 끼워 넣어 배당금을 가로채려 하면 '배당이의의 소'로 막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그 근저당의 바탕이 된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의뢰인이 정당한 배당을 지켜낸 실제 사례를 통해, 허위 채권을 어떻게 입증했는지 그 전략을 정리했습니다. (※ 본 사례는 일반적 정보 제공용이며 개별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강제경매에서 가장 억울한 순간은, 정당하게 돈을 받아야 할 채권자가 '나중에 끼어든 가짜 채권' 때문에 한 푼도 배당받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채무자와 가까운 사람이 허위 근저당권을 앞세워 배당금을 독차지하려고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 하였으나 결국 소를 취하하기에 이른 실제 사례를 익명화하여 살펴봅니다. (※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당사자 이름·지명 등은 ○로 처리했습니다.)
1. 사건의 구조 — 누가 무엇을 다퉜나
무대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이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부동산 강제경매였습니다. 등장인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부동산의 채무자 겸 소유자(김○○)는 한 시공·시행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사람이었고, 그에게는 갚지 못한 빚이 여럿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채권자가 그 회사로부터 파일공사를 도급받아 공사를 마치고도 공사대금 약 3억 8,830만 원을 받지 못한 시공사(○○기초건설)였습니다.
그런데 경매의 배당 단계에서 뜻밖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채무자에게 채권최고액 7억 원짜리 근저당권을 설정해 둔 원고(김○○)입니다. 원고는 이 근저당권을 근거로, 배당요구를 한 진짜 채권자들(시공사와 저축은행 등)의 배당액을 전부 삭제하고 그 돈을 자신에게 달라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문제는, 이 원고가 알고 보니 채무자가 운영하던 회사의 직원이었다는 점입니다.
구도를 단순화하면 이렇습니다. 채무자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가자, 진짜 채권자들이 배당을 받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채무자와 가까운 원고가 거액의 근저당권을 앞세워 '내가 1순위로 다 가져가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만약 이 근저당권이 진짜라면 후순위 채권자들의 배당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근저당권을 떠받치는 피담보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가가 사건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2. 한눈에 보는 사건 타임라인
흐름을 보면, 시공사는 2021년 가을에 공사를 끝내고도 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채무자는 2022년 4월, 자신의 거의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에 원고 앞으로 7억 원짜리 근저당권을 설정해 줍니다. 이후 경매가 진행되어 2024년 8월 배당표가 작성되자, 원고가 배당이의의 소로 진짜 채권자들의 몫을 통째로 가져가려 했고, 시공사 측의 반격으로 2025년 8월 원고가 소를 전부 취하하면서 마무리됩니다.
3. 핵심 법률 쟁점 세 가지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세 가지 법리만 알면 됩니다. 어렵지 않게 풀어 보겠습니다.
① 근저당권의 '부종성' — 채권 없으면 담보도 없다
근저당권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피담보채권'이라는 실제 빚을 담보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근저당권이 유효하려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와 별도로 그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키는 법률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3다70041 판결). 등기부에 근저당권이 멋지게 적혀 있어도, 그 바탕이 되는 진짜 빚이 없으면 그 근저당권은 껍데기일 뿐입니다.
② 허위채권에 기한 근저당권은 무효
한 걸음 더 나아가, 허위의 채권을 근거로 설정된 근저당권은 무효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다른 배당채권자는 그 근저당권에 기한 채권의 존부·범위·순위에 관하여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1. 5. 8. 선고 2000다9611 판결). 즉, 가짜 근저당권자가 배당표에서 앞줄을 차지하고 있어도, 진짜 채권자는 "저 채권은 허위이니 배당을 취소하라"고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는 뜻입니다.
③ 배당이의의 소 — 배당표를 바로잡는 정식 절차
배당이의의 소는 경매 배당기일에 작성된 배당표에 이의가 있는 채권자가, 그 배당표를 바로잡아 달라고 제기하는 소송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입장이 묘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원고(가짜 근저당권자로 의심되는 쪽)가 먼저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했고, 진짜 채권자들이 피고가 되어 방어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피고 측은 "원고가 내세운 피담보채권이야말로 허위"라는 점을 정면으로 입증해야 했습니다.
⚖️ 두 갈래의 공격, 그리고 교훈
시공사는 처음에 별도의 소송으로 이 근저당권을 '사해행위'라며 말소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소송에서 법원은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는 아직 공사대금 연대보증 채권이 성립할 고도의 개연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해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판결은 원고의 피담보채권이 실제 존재하는지까지 판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피고 측은 배당이의 사건에서 전략을 바꿔, '사해행위냐'가 아니라 '그 채권 자체가 진짜 있느냐'를 정조준했습니다. 같은 근저당권을 두고도 어떤 무기를 드느냐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4. 가짜 채권은 어떻게 무너졌나 — 대응 전략
피고(시공사) 측 이승환 변호사가 택한 방향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했습니다. "그 7억 원 근저당권을 떠받치는 빚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증명해 보라"고 원고를 끝까지 추궁한 것입니다. 그러자 원고 주장의 균열이 하나씩 드러났습니다.
1단계 · 채권의 정체가 계속 바뀌었다
원고는 처음에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여금'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추궁이 이어지자, 나중에는 '채무자가 가진 어음을 배서받으면서 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말을 바꿨습니다. 빚의 정체가 대여금에서 어음으로 오락가락한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운 신호였습니다. 게다가 어음을 배서받은 시점과 근저당권을 설정한 시점이 약 1년이나 차이가 나, 설명은 더욱 앞뒤가 맞지 않았습니다.
2단계 · 정작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법원이 "그래서 채권 금액이 정확히 얼마이고 어떻게 발생했는지 자료로 밝히라"고 석명을 구하자, 원고는 대여금이 얼마인지조차 특정하지 못했고, 차용증이나 계좌이체 내역 같은 기본적인 증거를 전혀 내놓지 못했습니다. 진짜로 7억 원에 가까운 돈이 오갔다면 있을 수밖에 없는 흔적이 통째로 비어 있었던 것입니다.
3단계 · 어음 소지인이 직접 진실을 말했다
원고는 "내가 어음 소지인(이○○)에게 4억 4,000만 원의 어음금 채무를 지고 있고, 지급명령까지 받았으니 내 근저당권은 진짜다"라고 버텼습니다. 그러나 그 지급명령은 수년 전 확정된 것이었습니다. 이에 이승환 변호사는 어음 소지인에게 직접 연락해 사실을 확인했고, 그 통화 내용을 녹취록으로 제출했습니다. 소지인의 답은 결정적이었습니다. 그 4억 4,000만 원은 이미 채무자로부터 전부 변제받아 정리되었고, 관련 서류도 모두 소각했다는 것이었습니다.
4단계 · 원고와 채무자의 진짜 관계
같은 통화에서 또 하나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어음 소지인은 원고가 채무자의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원고와 채무자를 분명히 구별해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채무자의 직원인 원고가, 실체가 불분명한 채권을 내세워 채무자의 재산에 거액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고, 정작 진짜 채권자들이 받아야 할 배당금을 가로채려 한 그림이 선명해진 것입니다.
✅ 대응의 핵심
이 사건의 승부처는 화려한 법리가 아니라 '채권의 실체를 끝까지 캐묻는 집요함'이었습니다. 상대가 채권의 정체를 바꿀 때마다 증거를 요구하고, 결정적으로 제3자(어음 소지인)에게 직접 사실을 확인해 객관적 증거(녹취록)로 남긴 것이 판세를 뒤집었습니다.
5. 결말: 전부 소취하, 그 의미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어음금 채무마저 '이미 변제되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자, 원고의 근저당권을 떠받칠 피담보채권은 더 이상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음 소지인이 원고에 대한 청구를 포기했고, 그 직후 원고는 진짜 채권자들(피고들) 전부에 대한 배당이의의 소를 스스로 취하했습니다. 패소 판결을 받기 전에 소를 거둬들인 것입니다.
소취하는 형식상 '판결 없이 끝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원고가 더 이상 다툴 수 없음을 인정한 백기에 가깝습니다. 그 결과 배당표상 진짜 채권자들의 배당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가짜 근저당권이 배당금을 가로채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배당이의의 소는 제소 기간이 짧고, 한번 배당이 확정되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만약 진짜 채권자 측이 배당표를 받아 들고도 막연히 등기부의 외형에 눌려 다투기를 포기했다면, 정당한 공사대금은 끝내 가짜 채권에 묻혀 사라졌을 것입니다. 의심스러운 권리를 마주했을 때 곧바로 의문을 제기하고 증거 확보에 착수한 초기 판단이 결과를 갈랐습니다.
💡 왜 '판결'이 아니라 '소취하'로 끝났을까
허위 채권을 주장하던 쪽은 패소가 분명해지면 판결로 기록이 남는 것보다, 스스로 소를 취하해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짜 채권자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가짜 채권의 배당을 막는다'는 목적을 달성한 것이므로 실질적 승리입니다.
6. 이 사건이 주는 교훈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채권자와 경매 이해관계인을 위해, 이 사건이 남긴 실전 포인트를 정리합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등기부에 적혀 있다고 다 진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근저당권은 진짜 빚이 있어야 효력이 있으므로, 그 빚의 실체를 끝까지 따지면 가짜는 결국 드러납니다. 둘째, 증거는 발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분수령도 책상 위 법리가 아니라, 변호사가 어음 소지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한 한 통의 통화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 Q1. 배당이의의 소는 누가, 언제 제기하나요?
- 경매 배당기일에 작성된 배당표에 이의가 있는 채권자(또는 채무자)가 제기합니다. 통상 배당기일에 이의를 진술하고, 정해진 기간 내에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기간을 놓치면 이의가 실효될 수 있으므로 신속한 대응이 중요합니다.
- Q2. 근저당권이 등기되어 있는데도 '가짜'라고 다툴 수 있나요?
- 네. 근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이 있어야 효력이 있습니다. 채권이 허위이거나 이미 소멸했다면 그 근저당권은 무효이고, 다른 배당채권자는 채권의 존부·범위·순위를 배당이의의 소로 다툴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0다9611 등).
- Q3. '사해행위취소'와 '배당이의'는 무엇이 다른가요?
- 사해행위취소는 '채권은 있을 수 있지만 그 담보 제공 행위가 다른 채권자를 해친다'며 그 행위를 취소하는 것이고, 배당이의(허위채권 주장)는 '그 채권 자체가 가짜'라고 다투는 것입니다. 이 사건처럼 사해행위 주장이 막혀도, 채권의 실체를 직접 공격하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 Q4. 채무자와 근저당권자가 짜고 친 것을 어떻게 증명하나요?
- 직접 증거가 없어도 정황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채권 주장의 비일관성, 자금 흐름 증거의 부재, 두 사람의 특수관계(고용·친인척 등), 제3자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통정에 의한 허위 채권'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 Q5. 비슷한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 배당표와 등기부를 확보해 의심스러운 채권의 정체를 파악하고, 이의 진술·제소 기간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채권의 실체와 당사자 관계를 입증하는 데는 경험과 신속한 증거 확보가 중요하므로, 초기에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경매 배당은 '먼저 등기한 사람이 무조건 이기는' 단순한 게임이 아닙니다. 그 권리를 떠받치는 빚이 진짜인지가 끝까지 검증됩니다. 이 사건은 채무자와 가까운 사람이 만들어 낸 허위 근저당권이 진짜 채권자들의 배당을 가로채려 했지만, 채권의 실체를 집요하게 파고든 대응 앞에서 결국 스스로 물러난 사례입니다. 등기부의 외형에 눌려 포기하기보다, 그 권리의 뿌리를 따져 묻는 것 — 비슷한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가짜 채권에 배당을 빼앗길 위기라면
배당이의·허위 근저당·통정 채권 분쟁은 채권의 실체를 입증하는 증거 싸움입니다. 의심스러운 배당표를 마주했다면, 제소 기간을 놓치기 전에 점검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