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줄 요약
① 쌍방과실 사고에서 자차보험으로 수리하고 부담한 자기부담금 가운데 상대방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상대방(또는 상대 보험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2다287284 판결).
② 내 보험사가 상대 보험사로부터 그 몫을 이미 받아 갔더라도 내 청구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대법원 2026. 5. 14. 선고 2023다228244 판결).
③ 다만 '선처리 방식'으로 보험금을 받은 경우에 적용되고, 소멸시효(3년)가 있으므로 서두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교통사고 중 자기부담금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자기부담금의 액수가 큰 금액은 아니다 보니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이와 관련 명쾌한 판례라 소개하고자 합니다. "과실은 상대방이 더 큰데 왜 자기부담금은 제가 다 떠안나요?"라는 질문을 정말 자주 받습니다. 제가 그동안 "약관상 어쩔 수 없다"고 답해 드리던 부분인데, 2026년 대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이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기부담금 전액을 운전자가 떠안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 글에서 두 판결의 내용과 실제로 돌려받는 방법을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AI로 생성한 연출 이미지이며 실제 사고·차량과 무관합니다.
1. 어떤 문제였나: 자기부담금의 사각지대
쌍방과실 사고가 나면 많은 분들이 일단 자기차량손해보험(자차보험)으로 수리부터 합니다. 이때 약관에 따라 수리비의 20~30% 범위에서 최소 20만 원, 최대 50만 원 정도의 자기부담금이 공제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시간이 지나 과실비율이 60 대 40으로 확정되어도, 이미 공제된 자기부담금은 아무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이상한 결과입니다. 내 과실이 60%라면 내 차 손해의 40%는 상대방이 물어야 할 몫입니다. 그런데 자기부담금 부분만큼은 상대방 과실 몫까지 전부 운전자가 떠안는 구조였고, 하급심 판결도 "스스로 자기부담금을 부담하기로 약정하지 않았느냐"는 이유로 운전자의 청구를 기각해 왔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두 판결의 원심도 모두 같은 논리로 운전자를 패소시켰습니다.
2. 기본 개념: 자기부담금과 선처리·교차처리
판결을 이해하려면 용어 세 가지만 정리하면 됩니다. 자기부담금은 자차보험으로 수리할 때 보험사가 주지 않고 운전자가 부담하기로 약정한 금액입니다. 보험자대위(상법 제682조 제1항)는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그 한도에서 운전자가 상대방에게 가진 손해배상청구권을 넘겨받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지급한 금액의 한도'라는 문구가 이번 판결의 핵심 열쇠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보험금 지급 방식입니다. 이번 법리는 '선처리 방식'에 적용되므로 내 사건이 어느 쪽이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 구분 | 선처리 방식 | 교차처리 방식 |
|---|---|---|
| 시점 | 과실비율 확정 전에 지급 | 과실비율 확정 후에 지급 |
| 지급액 | 전체 손해액에서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금액 전부 | 과실비율을 반영해 산정한 손해액에서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금액 |
| 이번 판결 | 적용 대상 | 직접 적용되지 않음 |
근거: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2다287284 판결이 정리한 개념 구분
3. 첫 번째 판결: 직접청구의 길을 열다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2다287284)
운전자 여러 명이 각자 쌍방과실 사고를 낸 뒤 자차보험으로 수리하고, 공제당한 자기부담금을 상대차량 보험사들에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심(수원고등법원 2022. 10. 13. 선고 2022나12936 판결)은 "스스로 자기부담금을 부담하기로 약정했다"며 청구를 전부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둘로 쪼개서 보았습니다.
첫째, 자기부담금 가운데 내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은 약정대로 내가 최종 부담합니다. 이 부분까지 상대방에게 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그러나 자기부담금 가운데 상대방(제3자)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은 다릅니다. 보험사는 '지급한 보험금'의 한도에서만 대위할 수 있을 뿐, 지급하지도 않은 자기부담금 부분까지 가져갈 권리가 없습니다. 그 부분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여전히 운전자에게 온전히 남아 있고, 운전자가 상대방에게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지 않으면 상대방 운전자(와 그 보험사)가 자기 책임의 일부를 면제받는 결과가 되어 보험자대위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약관에 대위 범위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기존 법리(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1다100312 판결)를 토대로 한 판단입니다.
4. 두 번째 판결: 보험사끼리 정산이 끝났어도 (대법원 2026. 5. 14. 선고 2023다228244)
첫 판결이 나오자 실무에서 곧바로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보험사들끼리 이미 구상 정산을 끝냈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대 보험사가 내 보험사에 상대방 과실비율만큼의 금액을 이미 건넨 사안에서, 원심은 운전자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이 원심도 파기환송했습니다.
사안을 보면, 운전자 A는 2020년 1월 대전의 교차로에서 사고를 냈고 과실비율은 A 60% 대 상대 40%로 산정됐습니다. A는 차량 수리비 270만 원 중 자기부담금 50만 원을 공제한 220만 원을 자기 보험사에서 받았고, 상대 보험사는 A의 보험사에 상대방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미 지급한 상태였습니다.
대법원의 논리는 명쾌합니다. 내 보험사는 애초에 '자기부담금 중 상대방 책임비율 부분'을 수령할 권원 자체가 없습니다. 대위할 수 없는 돈을 보험사끼리 주고받았다고 해서 운전자의 권리가 소멸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운전자가 보험사에 수령 권한을 위임한 사정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A는 여전히 상대 보험사에 자기부담금 50만 원 중 상대방 책임비율 40%에 해당하는 금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항목 | 금액 | 설명 |
|---|---|---|
| 차량 수리비 | 270만 원 | 과실비율 A 60 : 상대 40 |
| 받은 보험금 | 220만 원 | 자기부담금 50만 원 공제(선처리 방식) |
| 자기부담금 중 내 몫(60%) | 30만 원 | 약정에 따라 내가 최종 부담 |
| 자기부담금 중 상대 몫(40%) | 20만 원 | 상대 보험사에 직접 청구 가능 |
대법원 2026. 5. 14. 선고 2023다228244 판결 사안의 금액 구조(보도된 수치 기준)

AI로 생성한 연출 이미지이며 실제 인물·서류와 무관합니다.
5. 함께 알아두면 좋은 관련 판례
이번 두 판결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보험자대위에서 '피보험자 보호'를 강화해 온 판례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소송이나 협상에서 함께 인용할 수 있는 판례들을 정리했습니다.
| 판례 | 핵심 내용 |
|---|---|
|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다46211 전원합의체 판결 | 일부보험에서 보험금으로 전보되지 않고 남은 손해가 있으면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우선 청구하고, 보험자는 그 차액 범위에서만 대위한다는 이른바 '차액설'을 확립. 이번 판결들이 출발점으로 삼은 판례 |
|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1다100312 판결 | 보험자가 대위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는 약관에 정함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정함이 없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 |
|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다216589 판결 | 보험자대위는 피보험자의 이중이득과 배상의무자의 부당한 면책을 막기 위한 제도라는 취지를 재확인. 이번 판결의 "상대방이 책임을 면탈해서는 안 된다"는 논거로 이어짐 |
|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45777 판결 | 보험약관은 개별 당사자의 의사가 아니라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 판례 |
참고로 2026. 1. 29. 판결을 '전원합의체 판결'로 소개한 자료가 일부 있으나, 판결문상 재판부는 대법관 4인의 소부(노태악·서경환·신숙희·마용주 대법관)입니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표의 2014다46211 판결이므로 인용 시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6. 실무 가이드: 실제로 돌려받는 방법
✅ 청구 전 확인할 것 세 가지
1) 선처리 방식이었는지: 과실비율 확정 전에 자기부담금만 공제된 보험금을 전부 받았다면 선처리입니다. 보험사 보상 담당자나 지급내역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확정된 과실비율: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자기부담금 × 상대방 과실비율'입니다. 과실비율 분쟁이 남아 있다면 그 확정이 먼저입니다.
3) 소멸시효: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입니다(민법 제766조 제1항). 오래된 사고일수록 서둘러야 합니다.
⚖️ 청구 절차
상대 보험사에 대한 직접청구권(상법 제724조 제2항)이 인정되므로, 상대 운전자를 거치지 않고 상대 보험사에 바로 청구서를 보내면 됩니다. 사고사실확인원, 보험금 지급내역서(자기부담금 공제 확인), 과실비율 확인 자료를 첨부해 내용증명으로 청구하고, 거절당하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이나 소액사건 소송으로 진행합니다. 청구 금액이 수십만 원 단위라 소송까지 가는 경우 비용 대비 실익을 따져야 하지만, 두 대법원 판결로 법리가 확립된 만큼 내용증명 단계에서 임의 지급에 응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 주의할 점
자기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상대방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내 과실비율 몫은 약정에 따라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고, 이 부분까지 청구하면 그 부분은 기각됩니다. 또한 교차처리 방식으로 정산된 사안, 일방과실(100:0) 사안은 이번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므로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7. 자주 묻는 질문(FAQ)
Q. 사고가 몇 년 전인데 지금이라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가능합니다(민법 제766조 제1항). 통상 과실비율이 확정된 시점 등을 기준으로 따지게 되므로, 시효 완성 여부가 애매하면 변호사 검토를 받아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Q. 보험사에 물어보니 "이미 상대 보험사와 정산이 끝났다"고 합니다.
A. 바로 그 경우를 다룬 것이 2026. 5. 14. 선고 2023다228244 판결입니다. 보험사 간 정산은 운전자의 권리에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자기부담금 중 상대방 과실비율 부분은 여전히 상대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공제된 자기부담금 × 상대방 과실비율'입니다. 자기부담금 50만 원, 상대 과실 40%라면 20만 원입니다. 금액이 크지 않아 보여도 확립된 판례가 있어 소송 없이 회수될 가능성이 높은 유형입니다.
Q. 앞으로 보험 약관은 어떻게 바뀌나요?
A. 대법원은 2022다287284 판결에서 선처리 방식의 자기부담금 정산 방법을 약관에 미리 명확하게 기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는 보험자의 명시·설명의무 대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약관 개정과 자동 환급 실무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운전자가 직접 챙겨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자기부담금은 '내가 약정했으니 전부 내 몫'이라는 오랜 통념이 두 판결로 정리되었습니다. 원칙은 간단합니다. 내 과실 몫은 내가, 상대방 과실 몫은 상대방이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쌍방과실 사고 후 자차보험으로 수리한 경험이 있다면 지급내역서를 꺼내 자기부담금 공제 여부와 과실비율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금액 산정이나 시효 판단이 애매한 경우, 초기에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