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 배우자가 내 국민연금 절반을? 분할연금 '실질적 혼인관계' 기준 정리 (판례 소개 중점)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연금 분할 자료를 설명하는 상담 장면


📝 3줄 요약

①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오랜 별거로 사실상 혼인관계가 종료된 기간은 분할연금 산정의 혼인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전 배우자에게 노령연금의 50%를 분할 지급하기로 한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을 취소했습니다(2025구합54612).

② 분할연금의 기준은 호적(가족관계등록부)상 혼인이 아니라 '실질적 혼인관계'라는 것으로,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2015헌바182) 이후 확립된 흐름입니다.

③ 이혼 시 재산분할에서 연금을 어떻게 정리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리므로, 조정조서·합의서에 연금 분할 비율을 명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황혼이혼 상담에서 재산 다음으로 자주 나오는 주제가 연금입니다. "수십 년 전에 집을 나간 배우자가 제 연금의 절반을 받아 간다는 통지가 왔습니다. 막을 방법이 없나요?" 실제로 제가 받아 본 질문이고, 이번에 소개할 판결이 바로 그 답을 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서류상 혼인이 유지됐더라도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끝난 기간에 대해서는 연금을 나눠 줄 필요가 없습니다. 이 판결과 함께, 이혼과 연금을 둘러싼 판례의 전체 지도를 그려 드리겠습니다.


1. 이번 판결: 별거 기간은 나눠 줄 혼인기간이 아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3일, A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노령연금 분할지급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2025구합54612). 공단이 A의 전 배우자 B에게 A 노령연금의 50%를 분할 지급하기로 한 처분을 취소한 것입니다.

사안의 핵심은 두 사람이 법률상 부부로 남아 있던 기간과 실제로 부부로 산 기간이 크게 달랐다는 점입니다. 재판부는 오랜 별거로 혼인관계가 사실상 종료된 상태였다면, 그 기간은 연금 형성에 대한 기여가 없는 기간이므로 법률혼이 형식적으로 유지됐더라도 분할연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혼인기간에 넣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기준으로 '함께 만든 연금'인지를 따진 것입니다.

2. 분할연금 제도의 기본 구조

분할연금은 이혼한 배우자가 상대방의 노령연금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을 나눠 받는 제도입니다(국민연금법 제64조). 혼인기간 중 연금 형성에 기여한 몫을 청산하는 재산권적 성격과, 가사노동 등으로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함께 갖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과 구별되는, 이혼배우자가 공단에서 직접 받는 고유한 권리라고 설명합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두65088 판결).

구분내용
수급 요건① 혼인기간 5년 이상(실질적 혼인관계가 없던 별거·가출 기간 제외) ② 이혼 ③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 ④ 본인이 수급개시연령 도달
분할 금액노령연금액 중 혼인기간 해당분의 균등 분할(50%)이 원칙
특례 (제64조의2)재산분할 협의나 법원 심판으로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한 경우 그에 따름 (공단에 신고 필요)
선청구 (제64조의3)수급 요건을 다 갖추기 전이라도 이혼 후 3년 이내에 미리 청구 가능

국민연금 분할연금 제도 개요 (국민연금법 제64조~제64조의3)

3. '실질적 혼인관계'가 기준이 되기까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국민연금법은 가족관계등록부상 혼인기간만 따졌기 때문에, 수십 년 가출한 배우자도 서류상 혼인만 유지되면 연금의 절반을 받아 갈 수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 12. 29. 이 조항(구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에 대해, 별거·가출 등으로 실질적 혼인관계가 없어 연금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이혼배우자에게까지 분할연금을 인정하는 것은 노령연금 수급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습니다(헌재 2015헌바182).

이에 따라 2017. 12. 19. 개정된 국민연금법(법률 제15267호)은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혼인기간에서 제외하도록 명문화했습니다. 남은 문제는 개정법이 '시행 후 지급사유 발생분'에만 적용된다는 부칙이었는데, 헌법재판소는 2024. 5. 30. 이 부칙 제2조에 대해서도 평등원칙 위반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2025. 12. 31.까지 개선입법을 명했습니다(헌재 2019헌가29).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이렇게 다져진 '실질 기준'을 구체적 사안에 적용해, 법률혼의 형식만으로는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입니다.

4. 이혼 재산분할과 연금: 판례 지도

연금은 행정소송(공단 상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혼소송의 재산분할에서도 핵심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2014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연금과 퇴직급여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정면 인정했고, 이후 분할연금 수급권과 재산분할의 관계를 정리하는 판례가 이어졌습니다.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판례핵심 내용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공무원 퇴직연금도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 매월 수령하는 연금액 중 일정 비율을 정기금으로 나누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하여 종전 판례 변경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아직 퇴직하지 않았어도 장래의 퇴직급여는 재산분할 대상.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에 퇴직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
헌재 2016. 12. 29. 2015헌바182 결정실질적 혼인관계 없는 기간까지 법률혼 기준으로 분할연금을 인정한 구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은 재산권 침해로 헌법불합치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두65088 판결조정조서의 일반적인 청산조항("향후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만으로는 분할연금 수급권 포기로 볼 수 없음. 비율을 달리 정하려면 명시적 기재 필요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2두62284 판결이혼소송에서 사실조회 등으로 연금의 존재와 액수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전제로 조정이 성립했다면, 청산조항으로 분할 수급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음(공무원연금 사안)
헌재 2024. 5. 30. 2019헌가29 결정'실질 기준' 개정법을 시행 이후 지급사유 발생분에만 적용하도록 한 부칙 제2조는 평등원칙 위반으로 헌법불합치(2025. 12. 31. 시한 개선입법 명령)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4612 판결오랜 별거로 사실상 혼인관계가 종료됐다면 법률혼이 유지됐더라도 그 기간은 분할연금 대상 혼인기간이 아님. 50% 분할지급 처분 취소

이혼·연금 관련 주요 판례 흐름 (선고일 순)

특히 2019년 판결(2018두65088)과 2023년 판결(2022두62284)을 나란히 읽으면 실무의 분기점이 보입니다. 같은 청산조항이라도, 이혼 과정에서 연금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재산분할에 반영했는지에 따라 분할연금 수급권의 운명이 달라집니다. 이혼 단계에서 연금을 어떻게 다뤘는지가 노후의 연금 분쟁을 좌우하는 것입니다.

5. 실무 가이드: 연금을 나눌 때와 지킬 때

✅ 분할연금을 받으려는 쪽이라면

혼인기간 5년 요건은 '실질'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동거 기간과 가계 기여를 보여 주는 자료(주민등록, 가계 지출, 자녀 양육 기록 등)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혼 후에는 수급 요건이 갖춰지기 전이라도 3년 안에 선청구(제64조의3)를 해 두는 것이 안전하고, 조정·합의 과정에서 연금 수급권을 포기하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가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연금을 지키려는 쪽이라면

별거·가출로 실질적 혼인관계가 없던 기간은 혼인기간에서 제외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별거 시점과 경위를 입증할 자료(주민등록 이력, 송금 중단 내역, 연락 두절 정황, 주변인 진술 등)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공단의 분할지급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심사청구·재심사청구를 거쳐 이번 판결처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이혼 재산분할에서 연금까지 정산을 끝냈다면, 그 취지가 조서에 분명히 드러나도록 분할 비율(예: 100% 대 0%)을 명시해 두어야 뒤탈이 없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FAQ)

Q. 별거만 오래 하면 무조건 분할연금을 안 줘도 되나요?

A. 아닙니다. 단순한 주말부부나 직장 문제로 인한 별거는 실질적 혼인관계가 유지된 것으로 봅니다. 가출·연락 두절·경제적 교류 단절처럼 혼인의 실체가 없어졌다고 평가될 정도여야 하고, 그 입증 책임을 다투는 것이 소송의 핵심입니다.

Q. 이혼할 때 "재산분할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합의했으면 연금도 끝난 건가요?

A. 그것만으로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일반적인 청산조항만으로 분할연금 포기를 인정하지 않습니다(2018두65088). 다만 이혼소송에서 연금의 존재와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심리한 뒤 조정이 성립한 사안에서는 포기로 본 판례도 있으므로(2022두62284), 조서 문구와 소송 경과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상대방이 아직 연금을 받기 전인데 미리 해 둘 것이 있나요?

A. 이혼 후 3년 이내에 공단에 분할연금 선청구를 해 둘 수 있습니다(국민연금법 제64조의3). 요건이 완성되면 자동으로 분할연금이 지급되므로, 시기를 놓쳐 권리를 잃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공무원연금·사학연금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나요?

A. 기본 구조가 같습니다. 공무원연금법도 실질적 혼인관계가 없던 기간을 혼인기간에서 제외하고(공무원연금법 제45조), 재산분할로 달리 정한 경우의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위 2022두62284 판결도 공무원연금 사안이었습니다. 다만 수급개시연령 등 세부 요건이 다르므로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분할연금 분쟁의 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실질적 혼인관계가 있었던 기간이 얼마인가', 다른 하나는 '이혼 때 연금을 어떻게 정리했는가'입니다.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앞의 축에서 형식보다 실질을 택한 흐름을 재확인했고, 대법원 판례들은 뒤의 축에서 조서 문구 하나의 무게를 보여 줍니다.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면 재산분할 목록에 연금을 반드시 올리고, 연금 통지를 받았다면 별거 기간부터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쪽이든 초기에 자료를 갖춰 대응하는 것이 결과를 가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인용한 법령과 판례는 작성 시점(2026. 7.)을 기준으로 하며(1심 판결은 상급심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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