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강제추행) 성립 기준과 처벌 — 피해자가 청소년이면 가중처벌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성추행’이라는 말을 많이 쓰시지만, 법에 정해진 죄명은 강제추행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성립 문턱이 낮아서, 강하게 제압하지 않았더라도 순간적으로 신체를 만지는 기습추행만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청소년이거나 13세 미만이면 형법이 아니라 특별법이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이 글에서는 성립 기준과 처벌, 그리고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가중처벌의 구조를 변호사의 시각에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글의 순서

  1. ‘성추행’의 정확한 정체
  2. 어디까지가 추행인가
  3. 2023년 바뀐 대법원 기준
  4. 처벌은 어느 정도인가
  5. 피해자가 청소년일 때
  6. 유죄가 되면 따라오는 부수처분
  7. 실무에서 드리는 조언과 FAQ

1. ‘성추행’의 정확한 정체

상담을 하다 보면 “가볍게 스친 정도인데 성추행이 되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일상에서 쓰는 ‘성추행’은 법률 용어가 아니고, 형법상 죄명은 강제추행(형법 제298조)입니다. 조문은 짧습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여기서 말하는 ‘폭행’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주먹다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신체를 만지는 행위 그 자체가 폭행이자 추행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세게 누르거나 위협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생각만큼 통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모르고 가볍게 여겼다가 수사 단계에서 크게 당황하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2. 어디까지가 추행인가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제가 실무에서 설명할 때 늘 짚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가해자에게 성욕을 채우려는 목적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적으로 흥분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면 성립합니다. 둘째, 이른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입니다. 상대가 미처 저항할 틈도 없이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행위는 그 만지는 동작 자체가 폭행으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순간이었다”거나 “장난이었다”는 해명은 책임을 면하게 해 주지 않습니다. 추행인지 아닌지는 접촉 부위와 방법, 당시 정황, 두 사람의 관계, 피해자의 의사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같은 신체 접촉이라도 맥락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서, 사건마다 사실관계를 촘촘히 따져야 합니다.

성희롱·몰래촬영과는 무엇이 다른가

“강제추행과 성희롱이 같은 거냐”는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다릅니다. 강제추행은 형사처벌 대상인 범죄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징계와 손해배상 등 민사·행정의 영역입니다. 신체 접촉 없이 몰래 촬영하면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음란한 메시지나 사진을 보내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다루어지는 등 비슷해 보여도 적용 법조가 갈립니다. 그래서 사건 초기에 어떤 죄명으로 다투어지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추행으로 인정되기 쉬운 경우와 다투어지는 경우

실무에서 보면 가슴, 엉덩이, 허벅지처럼 성적 의미가 분명한 부위를 의사에 반해 접촉한 경우는 추행 인정이 비교적 쉽습니다. 반면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을 잡는 정도의 행위는 당시 정황과 의도, 관계에 따라 추행 여부가 치열하게 다투어집니다. 어디를,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했는지가 사건의 향방을 가르고, 사소해 보이는 정황 하나가 유·무죄를 가르기도 합니다.

3. 2023년 바뀐 대법원 기준

이 부분은 실무가 크게 달라진 대목이라 꼭 알려드립니다. 과거 대법원은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3년 9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3877)로 약 40년간 유지돼 온 이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이제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까지 요구되지 않습니다. 형법상 폭행죄나 협박죄 수준의 유형력 행사 또는 해악의 고지가 있으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했는지를 따지던 관행이 사라지면서 성립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않았으니 추행이 아니다”라는 방어 논리가 더 이상 통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입니다.

4. 처벌은 어느 정도인가

제가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피해자의 나이입니다. 같은 강제추행이라도 적용 법률과 형량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눈에 보시도록 표로 정리했습니다.

피해자 / 유형적용 법률법정형
성인 대상 강제추행형법 §298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아동·청소년 (13~19세 미만)청소년성보호법 §7③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1천만~3천만 원 벌금
13세 미만 아동성폭력처벌법 §7③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3천만~5천만 원 벌금
의제추행 (13세 미만 등)형법 §305폭행·협박이 없어도 강제추행의 예로 처벌

위는 대표적인 기본 조항입니다. 흉기 휴대, 2명 이상 합동, 친족관계, 장애인 대상 등 가중사유가 있으면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5. 피해자가 청소년일 때

“피해자가 미성년이면 가중처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는 것이고, 그것도 상당히 무겁습니다. 구조를 이해하면 명확합니다.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피해자라면 형법이 아니라 청소년성보호법이 적용되어 법정형 하한이 2년 이상으로 설정됩니다. 13세 미만 아동이 피해자라면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어 하한이 5년 이상으로 더욱 무거워집니다.

의제추행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13세 미만, 그리고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피해자를 19세 이상인 사람이 추행한 경우에는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더라도, 설령 동의가 있었더라도 강제추행의 예로 처벌됩니다. 어린 피해자에게는 동의 능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취지입니다. 청소년 대상 사건에서 “서로 좋아서”라거나 “합의했다”는 인식이 형사책임을 면하게 해 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공소시효의 기산점이 피해자가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되고,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시효가 연장됩니다. 시간이 지나도 책임을 묻기 쉽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6. 유죄가 되면 따라오는 부수처분

많은 분이 징역이나 벌금만 생각하시는데, 제 경험상 의뢰인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형벌에 부수되는 처분들입니다. 이것이 성범죄 사건의 무게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수처분내용
신상정보 등록이름·주소·사진 등을 일정 기간 등록·관리
공개·고지사안에 따라 신상정보가 공개·고지될 수 있음
취업제한최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취업 제한
수강·이수명령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기타보호관찰·전자장치 부착 등이 부과될 수 있음

참고로 성범죄는 2013년에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폐지되었습니다. 합의를 했더라도 그 자체로 처벌을 면하는 것은 아니고, 합의는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합의하면 끝”이라는 생각은 사실과 다릅니다.

7. 실무에서 드리는 조언

마지막으로, 상담실에서 제가 실제로 드리는 이야기를 입장별로 정리했습니다.

피해를 입으셨다면

당시의 기억과 정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시고, 관련 메시지·통화·목격자 등 자료를 보존하세요. 혼자 감당하지 마시고 수사기관이나 전문 상담기관(여성긴급전화 1366, 해바라기센터 등)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조사를 받게 되셨다면

성범죄는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를 좌우합니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진술 전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감정적 대응이나 피해자에 대한 접촉 시도는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삼가야 합니다.

8. 자주 묻는 질문(FAQ)

Q. 옷 위로 만진 것도 추행인가요?

네, 될 수 있습니다. 추행은 접촉 부위와 방법,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옷 위 접촉이라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상대가 미성년인 줄 몰랐다면요?

나이를 전혀 알 수 없었던 합리적 사정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다만 막연히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면책되지는 않으며, 의제추행 영역에서는 더욱 엄격합니다.

Q.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처벌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와 반성, 공탁 등은 양형에서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됩니다.

Q. 술에 취해 기억이 없으면 책임이 줄어드나요?

음주는 면책 사유가 아닙니다. 성범죄에서는 심신미약 감경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취해서 기억이 없다는 주장은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Q. 초범이면 무조건 벌금이나 집행유예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초범이라도 피해자가 청소년이거나 13세 미만이면 법정형 하한이 높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성범죄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