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1세대 1주택, 주민등록 아닌 '실제 거주'로 갈린다(최근판례해석)

 🧭 3줄 요약

① 재개발에서 온 가족을 '1세대'로 묶어 아파트 한 채만 준다면, 기준은 주민등록이 아니라 실제 같이 살고 살림을 합쳤는지입니다.

② 대법원은 2025년 3월 처음으로 이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2두50410 판결).

③ 주민등록만 같이 올라가 있을 뿐 따로 살았다면, 각자 분양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재개발 예정 구역의 낡은 저층 주택가와 뒤편에 올라가는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재개발 구역에서 '한 세대냐 아니냐'는 분양 결과를 완전히 바꿉니다. (이미지: AI 생성)

재개발 상담을 하다 보면 유독 억울함이 큰 사건이 있습니다. 서류상 흠도 없고 각자 집도 가지고 있는데, 조합이 "당신들은 한 세대"라며 온 가족에게 아파트 딱 한 채만 배정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는 한 명이 해외에 나가 살고 다른 한 명은 국내에 살아 얼굴 볼 일도 없는데, 오래전 정리해 두지 못한 주민등록 하나 때문에 수억 원짜리 분양권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바로 이 문제를 대법원이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개발에서 '1세대'인지 아닌지는 주민등록표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형식)가 아니라 실제로 주거와 생계를 함께했는지(실질)로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판결(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2두50410)을 중심으로, 근거가 된 법령과 그동안의 해석, 비슷한 사례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1세대 1주택 원칙'부터 짚고 갑니다

재개발·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은 낡은 동네를 헐고 새 아파트를 지어 종전 소유자에게 새 집을 나눠 주는(분양) 사업입니다. 이때 무한정 집을 나눠 줄 수는 없기 때문에, 법은 '한 세대에는 원칙적으로 한 채'라는 기준을 세워 두었습니다. 이것이 1세대 1주택 원칙입니다.

근거 조문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76조 제1항 제6호입니다. '1세대 또는 1명이 하나 이상의 주택 또는 토지를 소유한 경우 1주택을 공급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39조 제1항 제2호는 '여러 명의 토지등소유자가 1세대에 속하는 때에는 그중 1명을 대표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세대 판단이 곧 조합원 수, 나아가 분양 채수를 좌우하는 구조입니다.

이 원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정비구역 안 소유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조합원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채를 노린 투기를 억제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대법원도 이번 판결에서 이 취지를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정작 도시정비법이 '세대'가 무엇인지 정의해 두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한 세대냐 아니냐'를 두고 해석이 갈렸습니다. 실무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이를 구체화하는데, 이 사건에 적용된 구 경기도 조례 제26조 제1항 제1호도 '하나의 세대'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 판단 방법까지 명확히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표1. 세대 판단을 둘러싼 두 가지 입장
구분형식설(주민등록 기준)실질설(주거·생계 기준)
판단 기준주민등록표에 같은 세대로 올라가 있는지실제로 함께 살고 생계를 같이하는지
장점서류만 보면 되어 빠르고 획일적위장 분리를 막고 실제 사정에 부합
약점위장 세대 분리로 여러 채 분양 우려사실관계 조사 부담이 늘어남
대법원채택하지 않음채택

2. 실제 사건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사실관계는 단순합니다. 성남시의 한 주택재개발구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원고 중 부부(A와 그 배우자 B)는 정비구역 내 주택을 1/2씩 공유하면서 A를 대표로 한 건의 분양신청을 했습니다. A의 동생 C는 별도의 주택을 단독 소유하면서 따로 한 건의 분양신청을 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부부에게 한 채, 동생에게 한 채, 모두 두 채가 나가야 하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조합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관리처분계획 기준일(2019. 10. 7.) 당시 동생 C가 형수 B와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아버지를 세대주로 한 세대)에 올라가 있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조합은 이를 근거로 원고 세 명 전부를 '하나의 세대'로 묶어, 아파트 한 채만 분양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세웠습니다.

정작 현실은 서류와 딴판이었습니다. 기준일 당시 형수 B는 미국에 정주하고 있었고, 동생 C는 한국에 정주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한집에서 살림을 합칠 방법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오래 정리하지 못한 주민등록만 남아 있었을 뿐입니다.

신축 아파트 단지를 올려다보는 중년 부부의 뒷모습
주민등록 한 줄 때문에 분양권 한 채가 갈리는 상황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이미지: AI 생성)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이 대목이 이 사건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표2. 심급별 판단이 갈린 이유
심급결론판단의 근거
1심원고 승소실질을 우선해, 따로 살았으니 하나의 세대로 볼 수 없다고 판단
항소심
(수원고법)
원고 패소주민등록법령에 따라 작성된 주민등록표 등 공부(公簿)로 세대를 형식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
대법원파기환송'세대'는 실질적으로 주거·생계를 같이하는 가구를 뜻한다며 항소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냄

3. 대법원은 왜 '실질'을 택했을까

대법원 특별3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025년 3월 27일,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2022두50410). 도시정비법령의 '1세대', '하나의 세대', '동일한 세대'가 무엇인지 대법원이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밝힌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유를 셋으로 나눠, 쉬운 말로 풀어 보겠습니다.

(1) '세대'라는 말 자체가 '같이 사는 집단'을 뜻한다

사전에서 '세대'는 '현실적으로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의 집단'을 의미하고 '가구'와 같은 말로 쓰입니다. 대법원은 만약 법이 주민등록만으로 세대를 판단할 생각이었다면, 조문에 '같은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사람'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붙여 두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문구가 없으니, 말 뜻 그대로 실제로 같이 사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2) 형식만 보면 '위장 세대 분리'를 막을 수 없다

여기가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만약 주민등록만 기준으로 삼으면, 실제로는 한집에서 같이 사는 가족이 주민등록만 일부러 갈라 두어 여러 채를 분양받는 길이 열립니다. 대법원은 이런 '위장 세대 분리'를 막지 못하면 오히려 1세대 1주택 원칙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봤습니다. 실질 기준이 오히려 투기 방지에 부합한다는 논리입니다.

(3) 조합이 실질을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항소심이 형식설을 택한 배경에는 '실질까지 따지면 사업이 늘어진다'는 현실적 우려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조합은 1차적으로 주민등록표로 세대를 확정하고, 의문이 있을 때만 추가 서류를 받아 실제 주거·생계를 확인하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재개발조합은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조합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조사가 불가능하거나 지나치게 어렵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 판시 요지 한 문장

"도시정비법령이 말하는 '1세대'는 실질적으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는 가구를 의미한다. 형식적으로 주민등록만 함께 두었을 뿐 실제로 따로 살았다면 하나의 세대로 볼 수 없다."

4. 참조 조문과 관련 판례

이 판결은 여러 조문이 맞물려 나온 결과입니다. 재개발 분양을 준비하신다면 아래 조문 지도를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표3. 세대·분양 판단의 조문 지도
조문핵심 내용
도시정비법
제39조 ①2호
여러 명이 1세대에 속하면 대표 1명만 조합원. 배우자·미혼 19세 미만 직계비속은 세대 공통 여부를 불문하고 1세대로 간주
도시정비법
제76조 ①6호
1세대 또는 1명이 여러 채를 소유해도 1주택 공급이 원칙(1세대 1주택)
도시정비법
제74조
분양신청 현황을 기초로 분양대상자를 정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인가
시행령
제63조 ①3호
공동주택 분양 시 시·도조례 기준에 맞지 않는 소유자는 분양대상에서 제외 가능
구 경기도 조례
제26조 ①1호
여러 분양신청자가 '하나의 세대'면 분양대상자를 1명으로 봄(이 사건 직접 적용 조항)

세대를 실질로 판단하는 태도는 사실 세법에서 먼저 축적되어 온 흐름입니다. 양도소득세의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다투는 사건에서 법원은 오래전부터 주민등록의 형식이 아니라 실제 동거와 생계 공동 여부를 따져 왔습니다. 예컨대 대법원은 부부가 사실상 별거 중인 사안에서 배우자는 배우자라는 사실만으로 1세대를 구성하되, 그 밖의 가족이 세대원인지는 사실상의 동거·생계 실질을 기준으로 판정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누19465 판결 등). 이번 도시정비법 판결은 이러한 실질 판단의 태도를 재개발 분양 영역으로 확장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은 재개발·재건축의 분양대상자 수를 실질에 맞게 제한하는 판단도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조합설립인가 후 한 명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토지·건축물을 나누어 양수해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된 경우, 그 전원을 대표하는 한 명만 조합원이자 한 명의 분양대상자로 본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0두36724 판결). 나아가 1세대에 속하는 복수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양수한 경우에도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2호·제3호를 중첩 적용해 전원을 1인의 조합원으로 본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2두56586 판결). 지분을 잘게 쪼개 분양권을 늘리려는 시도를 막겠다는 취지로, 이번 '실질 세대' 판결과 방향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표4. 함께 보면 좋은 관련 판례
사건번호핵심 쟁점과 요지
대법원 2022두50410
(2025. 3. 27.)
재개발 '1세대'는 주민등록이 아니라 실제 주거·생계 공동 여부로 판단(이 글의 주된 판결)
대법원 2020두36724
(2023. 2. 23.)
조합설립인가 후 1인에게서 나눠 양수한 수인 전원 = 1인 조합원·1인 분양대상자
대법원 2022두56586
(2023. 6. 29.)
1세대 복수 소유자로부터 양수한 경우 제39조 ①2·3호 중첩 적용, 전원 대표 1인만 조합원
대법원 97누19465
(1998. 5. 29.)
양도세 1세대 판단에서도 세대원인지는 사실상 동거·생계 기준(실질 판단의 뿌리)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2호는 배우자와 미혼인 19세 미만의 직계비속은 실제 같이 사는지와 무관하게 무조건 1세대로 봅니다. 즉 부부 사이나 어린 자녀는 '따로 산다'는 주장만으로 세대가 갈리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의 실질 판단은 그 밖의 관계(형제자매, 성년 자녀 등)에서 특히 힘을 발휘합니다.

5. 이 판결이 남긴 의미와 남은 쟁점

이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 조례와 실무 관행에 맡겨져 흔들리던 '세대' 개념의 판단 기준을 대법원이 통일했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같은 사안이라도 어느 조합, 어느 법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형식설과 실질설이 엇갈렸습니다. 1심과 항소심이 정반대 결론을 낸 이 사건이 그 혼란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이제는 '실제 주거·생계 공동 여부'라는 하나의 잣대가 섰습니다.

물론 실무의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주거와 생계를 같이한다'는 것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여전히 사실인정의 문제로 남습니다. 예컨대 한집에 주소를 두었지만 사실상 생활비를 따로 쓰는 노부모와 성년 자녀, 직장 때문에 주중과 주말 거주지가 다른 경우처럼 경계에 놓인 사안에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기준일 당시의 객관적 자료를 얼마나 촘촘히 갖추느냐가 승패를 가르게 됩니다.

6. 실무에서 이렇게 활용하세요

🔍 조합원(소유자) 입장이라면

관리처분 단계에서 가족이 한 세대로 묶여 분양이 줄었다면, 기준일 당시 실제 주거·생계가 분리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십시오. 해외 체류 기록(출입국 사실증명), 별도 거주지의 임대차계약·공과금·건강보험, 금융 거래 내역처럼 '따로 살았음'을 보여 주는 자료가 결정적입니다. 주민등록이 같이 올라가 있다는 것만으로 포기할 사안이 아닙니다.

⚠️ 조합(사업시행자) 입장이라면

이제는 주민등록표만 근거로 세대를 확정하면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위장 세대 분리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주민등록이 분리되어 있어도 실질 조사를 통해 하나의 세대로 묶을 근거가 생겼습니다. 의문이 있는 세대에 대해서는 추가 자료를 받아 실질 주거·생계 여부를 기록으로 남기는 절차를 정비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1단계 · 기준일 확정관리처분계획 기준일을 특정합니다. 세대 판단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2단계 · 주민등록 확인먼저 주민등록표로 세대 관계를 1차 정리합니다.
3단계 · 실질 소명주거·생계가 실제로 분리되어 있었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를 확보합니다.
4단계 · 이의·소송관리처분계획에 반영되지 않으면 의견 제출, 나아가 분양대상자 지위 확인 등의 소송을 검토합니다.

7. 자주 묻는 질문(FAQ)

Q1. 주민등록이 같은 세대로 되어 있으면 무조건 한 세대로 보나요?

아닙니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주민등록은 1차 자료일 뿐이고, 실제로 함께 살며 생계를 같이했는지가 최종 기준입니다. 따로 살았다면 같은 주민등록이라도 별개 세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2. 반대로, 주민등록만 갈라 두면 여러 채를 받을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함께 사는데 주민등록만 분리한 '위장 세대 분리'라면, 조합은 실질 조사를 통해 하나의 세대로 묶을 수 있습니다. 형식만으로는 분양권이 늘지 않습니다.

Q3. 부부도 따로 살면 세대가 갈리나요?

배우자와 미혼인 19세 미만 직계비속은 도시정비법상 실제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1세대로 간주됩니다. 이번 실질 판단은 형제자매나 성년 자녀 등 그 밖의 관계에서 주로 문제 됩니다.

Q4.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난 뒤에도 다툴 수 있나요?

관리처분계획(또는 그 인가)에 대한 취소소송, 분양대상자 지위 확인의 소 등을 통해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제소기간과 절차 요건이 엄격하므로, 인가·통지 시점을 확인해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8. 정리하며

이번 판결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재개발 분양에서 '한 세대냐 아니냐'는 종이 위 주민등록이 아니라 실제 삶의 모습으로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서류만 믿고 분양을 축소한 조합도, 서류만 갈라 두고 여러 채를 노린 사람도 모두 이 원칙 앞에서는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재개발 구역에서 가족 관계 때문에 분양이 줄었다면, 또는 조합 실무에서 세대 판단이 고민이라면, 기준일 당시의 실제 주거·생계 상황을 객관적 자료로 정리하는 일에서 출발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사안마다 사실관계가 다르므로, 구체적인 판단은 관련 자료를 갖추어 전문가와 상담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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