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줄 요약
① 내 땅이라도 동네 사람들이 오래 다니던 길을 담장·펜스로 막으면 일반교통방해죄로 형사처벌될 수 있습니다.
② "조상 때부터 쓰던 길"이라는 관습상 통행권은 우리 법이 인정하지 않습니다. 통행 권원은 따로 필요합니다.
③ 토지주가 바뀌어도, 원 주인이 스스로 길로 내준 땅이면 새 주인도 통행료를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땅에 담 좀 쌓았는데 왜 경찰서에서 오라고 하죠?"
"내 땅 위에 담장 좀 세웠다고 동네 사람들이 저를 고소했습니다. 내 재산 내가 쓰겠다는데 이게 어떻게 범죄가 됩니까?"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뢰인이 있었습니다.
충분히 억울하실 만한 이야기입니다. 소유권은 물건을 사용하고 수익하고 처분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이니까요. 그런데 이 지점에서 저는 늘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소유권이 있다는 것과 그 땅 위의 길을 마음대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입니다. 특히 그 길을 오랫동안 여러 사람이 통행로로 써 왔다면, 담장 하나가 형사처벌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첫째, 왜 내 땅에 담을 세운 것이 범죄가 되는가. 둘째, "조상 때부터 쓰던 길"이라는 통행권 주장은 법적으로 어디까지 통하는가, 그리고 토지주가 바뀌면 통행료를 내야 하는가입니다.
담장 하나에 형사처벌 — 일반교통방해죄
형법 제185조는 "육로를 손괴하거나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일반교통방해죄입니다.
여기서 열쇠가 되는 단어가 '육로'입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육로란 사실상 일반 공중이 왕래에 사용하는 육상의 통로를 널리 가리키는 것이고, 그 부지가 누구 소유인지, 통행할 권리가 있는지, 다니는 사람이 많은지 적은지는 따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즉 등기부상 내 땅이라 해도, 그 위의 길이 이미 마을 사람들의 통행로로 굳어졌다면 형법이 보호하는 '육로'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자료로 자주 인용하는 판결이 있습니다. 대법원 1994년 11월 4일 선고 94도2112 판결은, 주민들이 공로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로 오랫동안 써 온 폭 2m 골목길을 자기 소유라는 이유로 폭 50~75cm만 남기고 담장을 세워 통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 사안에서, 이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했습니다. 또 대법원 2007년 3월 15일 선고 2006도9418 판결은 자기 소유 토지 안의 농로에 깊이 1m가량 구덩이를 판 행위도 유죄로 보았습니다. "내 땅을 원상태로 두었을 뿐"이라는 항변은 정당행위나 자구행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핵심 포인트
일반교통방해죄는 '소유권'이 아니라 '공중의 통행'을 보호합니다. 길을 완전히 막지 않고 현저히 곤란하게만 해도 성립할 수 있고, 담장·펜스·구덩이·말뚝·차량 방치 등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담장만 문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통행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다양합니다. 길목에 큰 화분이나 폐자재를 쌓아 두는 것, 말뚝이나 쇠사슬을 박아 차량 진입을 막는 것, 길 한복판에 차를 대 놓고 오래 방치하는 것, 진입로에 자물쇠 달린 차단기를 설치하는 것까지 모두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사람이나 차의 통행을 현저히 어렵게 만들었는지이지, 어떤 물건을 썼는지가 아닙니다.
처벌의 무게도 가볍지 않습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그것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초범이고 통로를 원상회복했다면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웃 간 감정 싸움이 격해져 통행을 반복적으로 막거나 원상회복을 거부하면 형이 무거워집니다. 무엇보다 전과가 남는다는 점 자체가 부담입니다. 담장 하나 때문에 재산 다툼이 형사 전과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육로'에 해당할까 — 판단 기준
| 상황 | 육로 여부 | 차단 시 |
|---|---|---|
| 마을 주민이 오래 공용해 온 유일한 통로 | 해당 | 범죄 성립 |
| 불특정 다수가 사실상 통행하는 농로·골목 | 해당 | 범죄 성립 |
| 특정인만 승낙 아래 쓰던 사적 통로 | 아닐 수 있음 | 민사 문제 중심 |
| 애초에 통행에 쓰인 적 없는 내 마당 | 아님 | 자유 |
그래도 막을 수 있는 경우 — 예외의 경계
물론 모든 차단이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적이 없는 순수한 내 마당이나 건물 부지라면, 담을 세우는 것은 소유권 행사의 당연한 내용입니다. 또 오직 특정인 몇 사람이 소유자의 호의나 승낙 아래 사적으로 이용해 온 통로라면, '일반 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로'로 보기 어려워 형사 문제가 아니라 민사적 통행권 다툼으로 다뤄질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이 경계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몇 집만 쓰던 길"이라고 여겨도, 법원은 실제 이용 실태를 보고 사실상 불특정 다수가 오가던 통로였다면 육로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담장부터 세우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통행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 물리적으로 막기 전에 통행권 부존재 확인의 소 같은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안전합니다.

"조상 때부터 다닌 길인데요" — 관습상 통행권은 없다
담장을 세운 토지주만 억울한 것은 아닙니다. 길을 막힌 쪽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수십 년 다니던 길인데, 이제 와서 막는 게 말이 됩니까?"라는 하소연을 자주 듣습니다. 특히 시골 마을에서는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다니던 길이 어긋나 있는 경우가 흔해서, 세대가 바뀌고 땅이 팔리는 순간 묵혀 있던 갈등이 한꺼번에 터집니다.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 법은 '오래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생기는 관습상의 통행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오래 이용했어도, 그 자체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통행 권리로 자동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입니다. 통행을 법적으로 주장하려면 아래 세 가지 중 하나에 기대야 합니다.
첫째, 주위토지통행권입니다. 내 땅이 다른 땅에 둘러싸여 공로로 나갈 길이 없는 맹지(盲地)이거나, 길이 있어도 그 용도에 쓰기 부적합한 경우, 민법 제219조에 따라 이웃 땅을 통행할 권리가 법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이 권리는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으로 제한되고, 통행지 소유자에게 손해를 보상해야 하는 유상의 권리입니다.
둘째, 통행지역권입니다. 남의 땅에 스스로 통로를 개설해 20년간 계속하고 겉으로 드러나게 사용해 왔다면, 민법 제294조에 따라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려면 그 토지 위에 통로를 스스로 개설하고 그 통로를 계속적·표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보아, 단순히 남이 만들어 둔 길을 오래 지나다닌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인정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시효취득이 인정되고 등기까지 마치면, 그 뒤 토지주가 바뀌어도 통행이 보장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셋째, 토지 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입니다. 원래 주인이 그 땅을 스스로 도로로 제공해 주민들이 통행하도록 했다면, 그 주인은 물론 뒤에 땅을 넘겨받은 사람도 통행을 막거나 사용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바로 다음에서 자세히 보겠습니다.
토지주가 바뀌면 통행료를 내야 하나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오래 무료로 다니던 길인데, 그 땅이 팔려 새 주인이 나타나서는 "이제부터 통행료를 내라, 아니면 막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새 주인이라고 해서 당연히 통행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9년 1월 24일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자기 땅을 일반의 통행로로 제공해 배타적인 사용·수익 권능의 행사가 제한된 경우, 그 토지를 나중에 취득한 특정승계인도 이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원칙적으로 그 제한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 주인은 통행을 막을 수도, 통행료(부당이득)를 청구할 수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땅을 살 때 이미 '길로 쓰이는 땅'이라는 사정을 감안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경우에 통행료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권원의 종류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맹지 소유자가 이웃 땅을 지나는 주위토지통행권의 경우에는, 민법 제219조 제2항에 따라 통행지 소유자에게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이때는 통행 자체는 계속할 수 있지만, 일정한 보상(통행료 성격)을 지급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통행료를 받을 수 있는지는 "누가 왜 이 땅을 길로 쓰게 되었는가"라는 최초의 경위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원 주인이 자기 필요로 스스로 길을 내주었다면 새 주인도 그 부담을 안게 되고, 반대로 맹지 소유자가 어쩔 수 없이 이웃 땅을 빌려 다니는 구조라면 통행지 주인에게 보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통로 분쟁일수록, 감정으로 맞서기 전에 등기부와 지적도, 그리고 그 길이 처음 생긴 사정을 함께 살피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 통행 권원 | 통행료·보상 | 토지주 변경 시 |
|---|---|---|
| 주위토지통행권 (민법 §219) | 유상, 손해 보상 필요 | 통행 유지, 보상은 지속 |
| 분할·일부양도 (민법 §220) | 무상 | 당사자 사이에만 적용 |
| 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 제한 | 무상(청구 불가) | 새 주인도 원칙 승계 |
| 통행지역권 (시효취득·등기) | 약정에 따름 | 등기 시 존속 |
두 장면으로 보는 통로 분쟁
첫 번째 장면. 새로 땅을 산 소유자가 "여긴 이제 내 땅이니 지나다니지 말라"며 진입로에 펜스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그 길은 뒤편 여러 가구가 큰길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였고, 수십 년간 누구나 오가던 길이었습니다. 소유자는 자기 재산을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통행이 막힌 주민들의 고소로 형사 절차에 서게 됩니다. 이 장면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등기부상 소유권이 있어도, 공용된 길을 자력으로 막는 순간 형사 위험이 시작됩니다.
두 번째 장면. 반대로, 오래 다니던 길이 막혔다며 화가 난 이웃이 소유자의 펜스를 스스로 뜯어내고 다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관습적으로 다니던 길"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관습상 통행권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번에는 그 이웃이 재물손괴나 다른 분쟁의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통행이 절실해도 실력행사가 아니라 주위토지통행권 확인이나 통행방해금지 가처분 같은 법적 절차로 풀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 장면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 판단만 믿고 물리적으로 움직인 쪽이 새로운 사건의 피고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통로 분쟁은 감정이 아니라 권원과 절차로 정리해야 손해가 가장 적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렇게 대응합니다
길을 막으려는 토지주라면, 담장부터 세우기 전에 그 길이 공중의 통행로로 굳어진 '육로'인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오래 공용된 통로라면 자력으로 막는 순간 형사처벌 위험이 생기므로, 통행권 부존재 확인의 소 같은 민사적 방법으로 먼저 권리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길이 막힌 쪽이라면, "오래 다녔다"는 사정만 앞세우기보다 내 통행이 어느 권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맹지라면 주위토지통행권 확인의 소를, 상대가 이미 길을 막았다면 통행방해금지 가처분을 함께 검토합니다. 담장 등으로 실제 통행이 막혔다면 일반교통방해로 형사 고소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실무 팁
가장 확실한 것은 합의와 등기입니다. 통행에 관한 약정을 맺고 통행지역권을 설정해 등기해 두면, 토지주가 바뀌어도 다툼 없이 통행이 보장됩니다. 구두 양해에만 기대면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분쟁이 되풀이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등기부상 완전한 제 땅인데도 길을 못 막나요?
소유권이 있어도, 그 위의 길이 공중의 통행로로 쓰여 온 '육로'라면 자력으로 막는 순간 일반교통방해죄가 될 수 있습니다. 소유권과 통행 차단 권한은 별개입니다.
Q2. 완전히 막은 것도 아니고 좁게만 남겼는데도 처벌되나요?
그렇습니다. 통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 정도면 성립합니다. 폭 2m 골목을 50~75cm만 남긴 사안에서 유죄가 인정된 예가 있습니다(대법원 94도2112).
Q3. 조상 때부터 다녔으면 통행권이 인정되지 않나요?
오래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생기는 관습상 통행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 통행지역권 등 법이 정한 권원에 해당해야 합니다.
Q4. 무료로 다니던 길인데 새 주인이 통행료를 요구합니다.
원 주인이 스스로 도로로 제공한 땅이라면, 새 주인도 그 제한을 이어받아 통행료를 청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대법원 2016다264556 전합).
Q5. 맹지 소유자는 통행료를 아예 안 내도 되나요?
주위토지통행권은 유상입니다. 통행 자체는 인정되지만, 통행지 소유자에게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민법 제219조 제2항).
정리하며
토지 분쟁에서 "내 땅"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만능이 아닙니다. 소유권이 있어도 공중이 다니던 길은 함부로 막을 수 없고, 반대로 오래 다녔다는 사정만으로 통행 권리가 생기지도 않습니다. 결국 담장을 세우기 전에도, 막힌 길을 뚫기 전에도, 그 통로의 성격과 통행 권원을 먼저 법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감정적으로 담장을 세우거나 자물쇠를 채우면, 민사 분쟁이 형사 사건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통로를 둘러싼 다툼이 생겼다면, 실력행사에 나서기 전에 권리관계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