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폰트·이미지 저작권을 빌미로 수백만 원 합의금을 요구하는 '기획형 합의금 장사'가 많습니다. 겁먹고 덥석 합의하면 손해입니다.
2. 먼저 정말 침해가 맞는지부터 따지세요. 단순 이용·번들·무료폰트 약관 위반은 저작권 침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3. 초범이라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4시간 교육)나 형사조정으로 전과 없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 쓴 글씨체 하나 때문에 저작권 침해라며 350만 원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이 왔어요." 실제로 제가 자주 받는 상담입니다. 대부분은 소상공인이나 개인이고, 문제가 된 것은 블로그·홈페이지에 무심코 쓴 폰트나 이미지입니다. 갑자기 '고소'와 '합의금'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누구나 심장이 내려앉습니다.
그 합의금, 덥석 주지 마십시오. 이런 사건의 상당수는 실제 피해 회복보다 합의금 자체를 노린 '기획형 합의금 장사'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초범이고 고의성이 낮다면, 수백만 원을 물어 주는 대신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나 형사조정제도를 활용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전과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길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그 실전 방어법을 순서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1. 왜 이런 고소장이 날아올까 — '합의금 장사'의 실체
먼저 구조를 아셔야 합니다. 일부 폰트·이미지 회사는 자사 저작물이 무단 사용된 사례를 대량으로 검색·수집한 뒤, 특정 법무법인에 사건을 몰아 위임합니다. 그러면 그 법무법인은 수백, 수천 건의 내용증명과 고소를 기계적으로 발송합니다. 목적은 형사처벌 그 자체보다, 겁을 먹은 상대가 서둘러 지불하는 합의금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법을 잘 모르는 개인과 소상공인입니다. "형사고소" "전과" 같은 단어에 놀라 합의금을 그대로 보내면, 그 순간 사건은 상대방의 계획대로 끝납니다. 그래서 첫 단계는 놀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침해를 한 것이 맞는지'를 차분히 따지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실제 손해와 무관하게 '놀란 마음'에 값을 매기기 때문입니다. 폰트 하나의 정품 가격은 몇만 원에 불과한데 요구 합의금은 수백만 원에 이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오래전 개인 블로그에 올린 이미지 한 장, 학생이 과제로 만든 자료, 소상공인이 직접 만든 전단 한 장이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저작권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고, 실제로 언론과 시민단체가 여러 차례 '합의금 장사'라고 비판해 온 관행입니다.
2. 겁먹기 전에: 정말 침해가 맞는지부터 따져라
특히 폰트(글꼴)는 오해가 많습니다. 법은 글꼴을 두 가지로 나눠 봅니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글꼴 모양(서체 도안)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컴퓨터에서 구현하는 폰트 파일입니다. 대법원의 태도는 명확합니다.
글꼴 모양(서체 도안) 자체는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즉 글자 디자인을 눈으로 보고 따라 쓰거나 이미지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습니다.
반면 폰트 파일(서체 파일)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 보호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작권 문제가 되는 것은 '글꼴을 썼다'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 없이 폰트 파일을 복제·설치·배포했느냐입니다.
이 구별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아래처럼 폰트 파일을 직접 다운로드·설치하지 않은 경우라면 저작권 침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침해 사실(파일을 복제·설치했다는 점)의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상대가 "귀하의 홈페이지에 우리 글꼴이 보인다"고만 할 뿐, 파일을 언제 어떻게 무단 복제·설치했는지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침해 주장은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자주 다투는 지점이 무료 배포 폰트입니다. 무료로 풀린 폰트를 '비영리용만 허용'이라는 약관과 달리 상업적으로 썼더라도, 하급심은 이를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약관(계약) 위반의 문제로 본 사례가 있습니다(예: 서울고등법원 2014. 11. 20. 선고 2014나19631 판결). 침해와 계약 위반은 책임의 성격과 배상 범위가 전혀 다르므로, 이 구분만 정확히 해도 대응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 상황 | 이유 |
|---|---|
| 남이 설치한 폰트로 문서만 작성 | 내가 파일을 복제·설치한 것이 아님 |
| 정품 프로그램의 기본(번들) 폰트 사용 | 라이선스 범위 안의 정상 사용 |
| 무료 배포 폰트를 약관과 다르게 사용 |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계약 위반' 문제일 수 있음 |
| 글자 모양을 손글씨·이미지로 재현 | 도안 자체는 저작물이 아님(94누5632) |
3. 처벌은 어느 정도이고, 왜 '친고죄'가 중요한가
저작권을 실제로 침해했다면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무섭지만,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장치가 있습니다.
저작권법 위반죄는 제140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친고죄입니다. 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면(1심 판결 전) 더 이상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합의가 곧 사건 종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침해한 경우는 비친고죄여서 고소 취소만으로 끝나지 않는데, 이때에도 피해자와의 합의(처벌 불원)는 기소유예나 형량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4. 합의금을 덥석 주면 안 되는 이유
상대가 제시하는 합의금은 실제 손해액과 무관하게 부풀려진 경우가 많습니다. 성급하게 지불하면 세 가지 손해를 봅니다. 첫째, 과도한 금액을 그대로 물게 됩니다. 둘째, 합의는 했지만 그것이 '침해를 인정했다'는 자료로 남아, 유사한 다른 저작물에 대해 추가 청구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셋째, 사실은 침해가 아니었을 가능성(도표 1)을 검토도 못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합의를 서두를 필요가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친고죄인 경우 피해자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상대가 "지금 합의하지 않으면 바로 고소하겠다"고 압박하더라도, 실제 절차와 요건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조급하게 반응하기보다, 사실관계와 근거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언제나 유리합니다.
5. 실전 방어 ①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초범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카드입니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란, 검사가 처벌 대신 저작권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제도입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4시간 교육을 이수하면 사건이 종결되고, 기소유예이므로 전과가 남지 않습니다.
· 저작권법 위반 전력이 없는 초범일 것
· 침해 정도가 경미하고 고의성이 낮을 것
·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의사를 보일 것
물론 최종 판단은 검사의 재량입니다. 그러나 경미한 폰트·이미지 사건에서 초범이라면 충분히 노려볼 만한 결말입니다. 합의금 수백만 원을 아끼고 전과도 남기지 않는, 가장 실속 있는 방어입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상대 법무법인은 "합의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식으로 압박하지만, 합의는 여러 결말 중 하나일 뿐입니다. 조사 단계에서 초범임과 고의성이 낮았음을 성실히 소명하면, 상대와 합의하지 않고도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전제 자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6. 실전 방어 ② 형사조정제도
형사조정제도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고소 사건을 중립적인 형사조정위원회에 회부해 당사자 간 합의를 조정하는 절차입니다(범죄피해자 보호법에 근거). 저작권 같은 재산 관련 고소 사건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이 제도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감정적으로 부풀려진 합의금 요구를 중립적인 조정위원이 걸러 주는 완충장치가 된다는 점입니다. 합의가 되면 그 결과가 처벌 여부와 처분에 반영되어, 무리한 합의금을 그대로 지불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조사받을 때 검사에게 형사조정 회부를 요청해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와 형사조정은 '상대가 부르는 값'이 아니라 '제도가 정한 절차'로 사건을 끌고 오는 방법입니다. 겁을 주어 빠르게 돈을 받아 내려는 합의금 장사의 전략과 정반대 방향이라, 그 자체로 강력한 방어가 됩니다. 다만 두 제도 모두 초범·경미 여부, 반성의 태도, 검사의 재량이 전제이므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필요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구분 | 합의금 덥석 지불 | 제도 활용(기소유예·조정) |
|---|---|---|
| 비용 | 부풀려진 금액 그대로 | 교육 이수·조정으로 대폭 절감 |
| 전과 | 형사절차는 별개로 진행될 수 있음 | 기소유예 시 전과 없음 |
| 추가 위험 | 침해 인정 자료로 남아 재청구 표적 | 정식 절차로 종결 |
7. 단계별 대응 로드맵
8. 자주 묻는 질문(FAQ)
- 블로그에 무료 폰트를 썼는데 합의금을 요구받았습니다. 내야 하나요?
- 무료 배포 폰트를 약관과 다르게 썼더라도, 이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계약 위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우선 어떤 파일을 어떻게 침해했다는 것인지 근거부터 확인하세요.
- 정품 한글·오피스에 들어 있던 글씨체인데도 침해인가요?
- 정품 프로그램에 기본 탑재된 번들 폰트를 그 범위 안에서 사용한 것이라면 정상 사용입니다. 다만 그 폰트를 별도로 추출·배포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받으면 전과가 남나요?
- 기소유예는 전과(형의 선고)가 아닙니다. 4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형사처벌 없이 사건이 종결됩니다. 다만 초범·경미 등 요건과 검사의 재량이 전제입니다.
- 합의를 꼭 해야 처벌을 피하나요?
- 친고죄인 경우 고소 취소(합의)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고, 비친고죄여도 합의는 기소유예·형량에 크게 유리합니다. 다만 '합의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며, 침해 여부부터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 손해배상도 청구당할 수 있나요?
- 네. 형사(처벌)와 민사(손해배상)는 별개 절차입니다. 다만 형사조정이나 합의 과정에서 손해배상까지 함께 정리하는 경우가 많으니, 합의서에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를 포기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미지·사진도 폰트와 똑같이 대응하면 되나요?
- 기본 틀은 같습니다. 다만 이미지는 사진 자체가 저작물인 경우가 많아 '침해 여부' 다툼의 여지가 폰트보다 좁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출처 표시된 무료 이미지였는지, 이용 허락 범위 안이었는지 등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대량 고소를 당했는데 변호사 없이 혼자 대응해도 되나요?
- 경미한 사안은 스스로 소명이 가능하지만, 금액이 크거나 영리·상습이 문제 되는 경우, 형사조정·기소유예 전략을 짜려면 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9. 맺으며
정리하겠습니다. 저작권 침해 고소장을 받았을 때 최악의 대응은 겁에 질려 합의금부터 보내는 것입니다. 먼저 정말 침해가 맞는지 따지고, 초범이라면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와 형사조정이라는 제도의 문을 두드리십시오. 폰트나 이미지 한 장으로 수백만 원을 요구하는 '합의금 장사'는, 상대가 법을 모른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그 전제를 무너뜨리는 것만으로도 협상의 균형은 달라집니다. 놀라지 말고, 순서대로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원칙은 하나입니다. 당황해서 서두른 돈보다, 하루 늦더라도 근거를 확인한 대응이 언제나 저렴합니다.